뉴스종합 > 강서뉴스

새 / 박남수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1-01-17 오전 10:55:25 입력
페이스북 트위터

새 / 박남수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박남수

 

 

하늘에 깔아 논 여울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 그늘에서나

새는 노래한다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고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고

두 놈이 부리를

서로의 죽지에 파묻고

따스한 체온을 나누어 가진다

 

새는 울어

뜻을 만들지 않고

지어서 교태로

사랑을 가식하지 않는다

 

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

순수를 겨냥하지만

매양 쏘는 것은

피에 젖은 한 마리 상한 새에 지나지 않는다

 

 

-----------------------------------------------------------------------

 

 

인간은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사물에 목적을 부여하는 존재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는 세상은 무목적적인지 모릅니다. 들판에 핀 한 송이 꽃이 인간을 위해서 있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이웃한 꽃을 위해 있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그저 존재하는 것일 뿐입니다. 존재 그 자체로 충만하여 꽃을 피우고 새가 울고 하늘은 푸르게 빛날 것입니다.

 

박남수 시인의 는 바로 이점에 착안하여 쓴 시로 읽힙니다. ‘논 여울터나 나무 그늘에서 지저귀는 새는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노래하고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지요. 또한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고 사랑하고 있다고 노래합니다. 이 또한 박남수 시인의 안경을 통한 세상 읽기이지만 전자에서 본 세상 읽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름을 발견합니다. 전자 즉 사물에 의미 부여는 오직 인간의 기준으로 세상을 읽는 방식이고, 후자 즉 무의미의 존재 발견은 모든 존재의 근원적 세상 읽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 인간은 모든 존재에 의미를 부여할 때 그 존재의 존재 값이 매겨져 허전함을 메워나갑니다. 그러나 실상 모든 존재의 존재 값은 인간이 메기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조물주가 메겨 둔 것입니다. 그것을 인간의 눈으로 다시 메긴다는 것은 존재의 본래적 순수의미를 왜곡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후설은 현상학적 환원을 이야기하고 순수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 역시 인간 존재에 대한 순수의식 없이 목적적으로 대하는 순간 인간이 세상에 값어치를 발휘하는 삶의 역동적 가치를 부여할지 모르겠으나, 자칫 그 목적이 사라지면 허무와 무상의 가치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들판을 날아다니는 한 마리 새의 지저귐은 인간의 이러한 목적적 삶의 의미 부여를 넘어선 것입니다. 인간의 사랑이 한 마리 새의 사랑 같지 않고, 그것에 의미를 만들거나 사랑을 가식하고 있음을 시인은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하여 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순수를 겨냥하지만/매양 쏘는 것은/피에 젖은 한 마리 상한 새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노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순수존재 그 자체의 값일 것이고 한 마리 상한 새인간의 눈으로 그 존재에게 값을 부여한 것으로 이해됩니다. 모든 존재는 그 순수 자체로 삶을 살 때 충만한 삶의 노래를 부르며 기쁨에 가득 찬 생활을 영위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최근기사

네티즌 의견28
내용은 200자 이내로 적어야합니다. 기사와 무관한 글은 임의로 삭제 될 수 있습니다.
(스팸방지코드  )
의견
쓰기

최근 가장 많이 본 기사인물

  1. 신낙형
  2. 문진국
  3. 김성태
  4. 송훈
  5. 한상숙
  6. 노현송
  7. 송영섭
  8. 장준복
  9. 송순효
  10. 박성호
  11. 오현균
  12. 이상국
  13. 김동기
  14. 류찬열
  15. 김병희
  16. 구상찬
  17. 고성주
  18. 백운기
  19. 박경숙
  20. 이충숙
  21. 이수연
  22. 소강문
  23. 오신환
  24. 한명철
  25. 남상일
  26. 지현경
  27. 임명선
  28. 박국인
  29. 오세훈
  30. 나경원
최근 가장 많이 본 기사인물은 독자들이 기사인물에 대한
클릭수(읽기)가 실시간으로 적용된 것입니다.

최근 가장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