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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古家)

일백년이 넘은 듯한 옛 집에서 느껴지는 정감

기사입력 2021-09-10 오후 8:01:21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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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古家)
 

최계순(崔桂順)

 


 

흙과 진흙으로 만들어진 담벼락을 길게 따라가 보면 만나는 집 고가(古家). 안동 하회마을에서 만나지는 고택(古宅)이 아니라도 좋다. 일백년이 넘은 듯한 옛 집에서 느껴지는 정감은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손때의 체취가 아닌가 한다.

 

대숲에 이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고즈넉한 자연을 품에 안아 보는 곳. 그곳은 열려 있는 공간을 활용한 조선의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넉넉함이다.

 

수백년이 넘은 듯한 나무를 물에 담구었다 꺼냈다를 반복하고, 껍질을 벗기고 대패로 밀어 아귀를 잘 짜 맞추어서 지은 집. 네 개의 기둥과 대들보가 균형 있는 안배를 이루어 서너 칸의 안채와 사랑방과 곳간이 있고, 높다란 툇마루에서 바라보는 쪽마루 쪽의 창문이 그림처럼 고와라. 그 마루에는 갑사댕기를 한 얌전한 아가씨 모습도 어른거리고, 장죽을 길게 뽑아 물던 양반님네의 기침소리도 들리는 듯하다.

 

골기와의 이끼 속에는 부엌 연기가 올랐던 수많은 세월이 얹혀 있고, 굵은 싸리나무 비질로 쓸어버린 흙 마당에는 땅의 마음까지도 전해져 오는 것 같다. 사랑채와 안채를 지나 쪽문을 열고 나가면 마주치는 지심밭에는 고추며 가지, 호박, 토란들이 자라고 있었다. 장독대가 가지런한 뒷마당에는 그 집 부인네들의 솜씨가 담겨 있어서 고추장, 간장, 된장과 젓갈들이 곰삭고 있다. 달 밝은 밤이면 감나무 잎이나 댓잎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잠 못 이루면 어디선가 들리는 듯한 퉁소 소리는 끊어졌다 이어지고 이어졌다 끊어지기도 했다. 또 창호지 밖으로 비쳐지는 호롱불빛에는 전깃불과는 다른 어둑한 정감도 있었다. 묻어 둘 곳은 묻어 두고, 감추어야 할 것은 적당히 감추는 부끄러운 듯한 내밀함과 함께.

 

보일 듯 말 듯, 손에 쥐여지지 않는 그 어떤 특유의 밝음과 어둠의 완충지대. 그 속에는 정적인 움직임과 마음이 들어 있다. 그러기에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고 명명했던 낯선 이방인의 시선도 있었다.

 

동적이지 않고 적극적이지도 않았던 조선의 시대로부터 현대는 아주 활발해지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절이 되었다. 무엇인가를 박차고 나가고, 손에 쥐려는 야망이 없이는 하루도 못 사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쉬는 날이거나, 낯선 여행길에서 만나는 옛집의 모습에는 거역할 수 없는 마음의 근원이 닿아 있음을 느낀다. 표현할 수 없는 모체의 따뜻함처럼 우리의 몸과 마음에 친숙하게 느껴지는 느낌들…….

 

그 어떤 말과 글로도 적당하게 표현해 낼 수 없는 우리 핏속의 것들……. ! 나는 그것을 일러 비로소 우리의 것가장 한국적이라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


 


 

빠르고 눈부시게 흘러가는 정보와 통신의 급류 속에서도 정지해 있는 듯한, 그래서 미련스러운 것 같이 보이는 그러한 정경들을 잘 보존하는 일, 순수한 미() 그대로를 유지하는 일, 그것도 아주 중요한 일이라는 것도.

 

뛰어가다가도 마구 몰려가다가도 잠시 서서 휴식을 되찾으면서 무조건 앞으로 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도. 눈에 보이지 않는 우리들 혼의 끝자락이 닿아있는 옛집에서 변하지 않는 그 어떤 본질의 모습을 보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오천년을 내려온 우리들 역사의 가장 큰 알맹이요 밑바탕인 것이다.

 

비록 시대에 맞지 않는 비합리성은 있다 하더라도 그렇게 살아온 모든 역사와 문화가 우리들 삶의 근원임도 잊지 말아야 한다. 올곧은 지조와 신의를 존중했던 조선의 그림자와 정서를 나는 옛집의 담벼락과 돌 하나와 기와를 인 지붕의 모습에서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마을을 따라 휘감아 내리는 하천과 소나무 우거진 작은 숲과 어우러진 옛 마을에서 그 당시 선비들의 고고한 모습도 떠올려본다. 자연과 하나 되어 그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서 가장 자연스럽게 사람의 도리와 지혜를 깨친 자만이 그 집을 일으킬 수 있었던 큰 인물이 아니었을까.

 

오늘날 풍수지리설에서 말하는 발복의 근원이란 것이 그러한 옛집에 있었음을 …….

 

나는 그곳에서 어제와 오늘과 미래를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 보면서, 다가오는 모든 것 뒤에 언제나 우리와 같이하고 있는 무형의 정신을 생각해 본다.

 


 

최계순(崔桂順)  : 수필가, 시인

1983년 주부생활 12월호 주부백일장 산문부 우수작 수상

2회 달구벌축제 <수필부문> 장려상 수상

2회 청구문화제 <수필부문 > 입선 수상

1990년 한국문학 <수필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옴

1990년제12회 간호문학상 <수필부문>으로 전국 대상 수상

2008년 제11회 전국 공무원 문예대전 <수필부문> 행정안전부 장관상 수상

2009년 제12회 전국 공무원 문예대전 <수필부문> 행정안전부 장관상 수상

2009<애지> 신인문학상 수상으로 시인으로도 등단

2009년 제1회 책사랑 전국 주부 <수필 공모전> 동상 수상

2009년 제1회 천강문학상 <수필부문> 동상 수상

2011년 제1회 대한민국 독도문예대전 일반 산문부문 <특선> 수상

2021년 제1회 금호선유문화백일장에서 산문으로 일반부 탐화랑 수상

현재 대구 달구벌 수필문학회 회원으로 활동중

 




 

노재창 기자 (dsi37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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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의견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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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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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재창
    2021-09-17 오전 6:31:21
    멀리 대구달서인터넷뉴스 인기글을 공유해 주시어 감사합니다. 좋은 것은 같이하면 좋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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