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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겸재내일의 작가 공모 수상자 展 개최

“미래를 이끌어갈 신진 작가 발굴 프로젝트”

기사입력 2022-08-06 오전 7:46:37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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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겸재내일의 작가 공모 수상자 개최

미래를 이끌어갈 신진 작가 발굴 프로젝트

 

 

서울 강서구(구청장 김태우) 겸재정선미술관(관장 김용권)에서는 2022 13 <겸재 내일의 작가> 공모에서 선정된 8명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오는 85()부터 918()까지 45일간 11기획전시실에서 수상자 전시를 개최한다.

 

 

 

 

겸재정선미술관에서는 겸재의 화혼을 오늘에 되살려 미래의 한국과 세계의 미술을 이끌어갈 작가 발굴 및 가능성을 지닌 만 20세 이상 ~ 40세 이하 젊은 작가들을 대상으로 13회 겸재 내일의 작가 공모가 진행되었으며, 다양한 재료와 기법, 뛰어난 창의력을 지닌 수준 높은 작가들을 응모하였다.

 

이번 공모에서는 한국화, 서양화 작가 149명의 745점의 작품이 심사 대상에 올랐다. 작가로서 자신의 세계를 의식적으로나 양식적으로 얼마나 성취하고 있는가에 주안점을 두고 심사위원들의 심사가 이루어졌으며, 나름의 스타일을 일구어가고 있는 작가들이 수상하게 되었다. 심사 결과는 '대상'에 조은별 작가, '최우수상'에는 조해리 작가, ‘우수상에는 한소희 작가가 선정되었다. 이들에게는 각각 상금으로 500만 원, 300만 원, 200만 원 총 1,000만 원이 수여되며, 대상 수상자는 내년(2023) 겸재정선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어준다.

 

또한, 내일의 작가로는 한국화 부문-김래현, 이솔비 작가가 선정, 서양화 부문에서는 김보민, 박서연, 정민희 작가가 선정되었다. 이들에게는 '겸재 내일의 작가 증서'가 수여된다.

 

대상을 받은 조은별의 <만져지는 마음> 연작은 사진으로 착각할 만큼 탁월한 재현 능력이 우선 눈길을 끈다. 사진의 등장 이후 회화에서 재현은 진부한 조형 언어로 치부된다. 그러나 붓질이 더해짐으로써 사진은 흉내 내지 못하는 촉각성이 생기는 게 회화의 매력이다. 조은별은 그런 회화의 맛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며 대상의 재현이 곧 심리의 표현이 되는 오묘한 경지에 이른 점이 심사위원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작업 방식은 작가 본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무언가에 지쳐 있거나 질려 있고, 상황을 회피하거나 우울해하는 등 다양한 연극적 상황을 표정 연기를 통해 드러내고 이를 극사실주의적인 회화로 표현한다. 즉 퍼포먼스적 요소를 안고 있는 회화다. 작가는 마음이란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이 아니라 살결처럼 만져질 수 있는 말랑하고 유동적인 덩어리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유가 뒷받침됐기에 인물의 표정, 그 미세한 디테일을 재현함으로써 손끝에서 만져지는 마음을 그려낼 수 있었을 것이다.

 

최우수상을 받은 조해리는 참신성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회화에서, 특히 한국화에서 전통의 현대화는 운명 같은 숙제다. 조해리는 그 고민의 결과가 발전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2021년 작 <3월의 휴()()>, <9월의 자장가()>는 전통 악보인 정간보(井間譜)를 차용해 화면에 스토리가 있는 서사를 풀어놓는다. 음악에서 한 박()을 뜻하는 우물 정()’자 모양의 정사각형 안에 음의 고저를 뜻하는 율자보(律字譜) 대신 픽토그램처럼 기호화된 장면들을 그려 넣는다. 정간보를 읽듯이 칸칸이 연결되는 정사각형을 따라가면 한 가족의 행복 스토리가 악기 연주처럼 펼쳐진다. 이 연작은 작가가 2014년 군무를 추는 조선시대 여인들을 그리면서 음악적 요소를 도입하기 위해 오방색과 악보를 결합시키며 색색의 기와로 악보를 시각화한 시도에서 성큼 나아간 것이라는 점에서 조해리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작가다.

 

 

 

 

우수상 수상자인 한소희도 재현 능력이 탁월하다. 한소희는 전통과 접목하기 위해 신화, 설화 등을 끌어온다. 신화나 설화의 차용은 흔하다. 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내용일 때는 새로움이 있다. 한소희는 밥벌이의 지겨움을 감내하는 중년 남성을 다룬 <어인(魚人)> 등 덜 알려진 신화를 가져오는 데서 연구자적인 태도가 엿보이고 신화의 장면에 자신의 일상을 대입함으로써 신화의 개인화를 시도한 점이 신선하다.

 

이들 외에 선정된 5명의 작가들도 젊은 패기와 특유의 감성으로 자신만의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어 향후 발전과 활약을 기대하며 내일의 작가로 선정하였다.

 

손영옥 평론 부문 심사위원은 내일의 겸재가 될 우리 작가들의 기량과 열정이 출중함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태우 강서구청장은 겸재 또한 젊은 시절의 고뇌를 이겨내고 새로운 미술의 길을 개척했던 바 이 또한 젊은 작가들에게 귀감이 되기를 기대하며, 이들 중에 새로운 겸재가 탄생하기를 소원한다라고 전했다.

 

전시관련 문의는 겸재정선미술관(2659-2206~7)으로 하면 된다.

 

<작가노트>

 

1.조은별 - 감정이나 마음처럼 형체가 없고,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을 명확한 인체의 이미지로 전환시키는 페인팅 작업을 한다. 몸의 살결과 눈빛 등의 섬세한 표현으로 미묘한 감정과 심리를 묘사함으로써 만질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을 마치 직접 주무르고 만질 수 있는 것처럼 눈앞에 가져다 놓고자 한다. 사람으로부터 생겨난 마음을 사람의 실재하는 모습으로 등치시킴으로써 보이지 않는 자아와 보이는 자아 사이의 괴리를 메꿔 나간다.

 

 

 

 

만져지는 마음, 마음 덩어리

 

많은 사람들이 겪지만 설명하기 힘든 감정과 느낌이 있다. 신나지만 슬프기도, 편안하지만 불안하기도 한 복합적이고 어려운 마음들. 그런 감정의 원인과 출처가 어디일지에 대해 오랜 시간 생각했고, 그것들은 사람의 마음으로부터 시작되는 거라고 인지하게 되었다. 모든 사람이 저마다 지니고 있지만 실체는 없는 마음에 관심을 가지면서 그것이 어디에 어떤 모양으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부드럽고 말랑하지만 견고하고, 커졌다 작아지는 등 스스로 느껴왔던 마음의 특징들을 모아 마음 덩어리의 이미지를 잡아나가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꼭 안아주고 싶지만 어떤 날은 마구 때리고 싶기도 한, 머릿속에서만 둥둥 떠다니던 마음 덩어리를 여러 형태로 표현하며 작업하고 있다.

 

2.조해리 - 본인은 국악(國樂)’이라는 비가시적이면서도 전통성 있는 대상을 평면 회화로 그리고 있다. 최근 개인전 <행복한가(幸福限歌, The songs of defining happiness)>'행복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노래'라는 뜻을 가진 제목인 동시에 "행복한가?"라고 묻고 있다. 행복은 쾌락과 다르다. 겹겹이 쌓인 시간과 사건들 속에서 문득 다가온다.

 

 

 

 

전통 악보인 정간보(井間譜)를 차용해 화면에 시간의 질서를 부여하고,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정간보는 조선시대 세종대왕이 창안한 동양 최초의 유량악보(有量樂譜), 음의 길이인 시가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음악에서 한 박()을 뜻하는 우물 정()’자 모양의 정사각형 안에 한 시점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을 담고자 하였다. 음의 높낮이를 뜻하는 율자보(律字譜) 대신 실루엣(silhouette)으로 표현한 인물 군상(群像)을 그려서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정간보를 읽듯이 오른쪽에서 왼쪽,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칸칸이 연결되는 정사각형들을 따라가면, 긴 시간으로 관찰한 여러 장면들이 파노라마(panorama)처럼 펼쳐진다.

 

악보처럼 칸을 채우면서 시간의 흐름대로 이야기를 담아가는 과정은 마치 작곡을 하는 것과 같다. 악보에서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악보를 보고 연주하는 연주자를 통해 음악이 된다. 본 작품들도 마찬가지이다. 관객들이 악보에 그려진 장면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며 저마다의 행복을 연주해 주길 바란다.

 

3.한소희 - 나는 나의 신화를 만드는 작가 한소희이다. 나는 나의 주변 인물이나 나 자신을 민간신앙, 설화 등에 등장하는 장면이나 그것에 따른 상징적 의미 등을 나의 기억과 연관시키거나 각색하여 내가 겪고 있는 불안감을 극복해 나가는 나의 신화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내가 겪고 있는 취업 준비,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오는 사회에 대한 소외감, 불안정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전해 내려오는 설화의 소재를 내 그림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다채롭고 신화적인 요소로 나만의 신화를 구축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신화는 초현실적, 비 경험적 세계와 관련된 사건을 보여주지만 실제로는 현실적이고 경험적 세계의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신들의 신비한 내력을 전하고 있는 듯하지만 인간 본연의 마음을 구현하는 서사이다. 또한 언제나 현재적 의미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서사이기도 하다. 설화 속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지혜, 교훈 등이 담겨 있다. 신화를 듣는 사람들은 한편의 신화를 통해서 정서적 감동을 얻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사실 여부의 판단은 거짓아니면 진실이다. 그러나 신화에 담긴 내용은 무한한 상상력으로 접근할 수 있으며, 내용에 대한 해석도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가 될 수 있다. 영웅신화에서 영웅은 외적 세계에 존재하는 인물이 아니라 내적 세계에서 자기 극복의 모습을 구현하는 인물이다. 스스로를 주변인 혹은 소외되거나 약자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자기 삶의 영웅이 되어야 한다. 결국 나의 신화란 일상의 부조리로부터 상처받은 내 개인적 이야기를 극복하는 서사이다. 인간은 설화를 말하고, 설화를 들으면서 산다. 그리고 설화를 들으면 다른 사람들의 삶을 자신의 삶과 견주게 되고, 다른 사람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들음으로써 자신의 감정으로 체험하기도 한다. 신화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시대정신을 구현한다. 당대의 계층 간의 갈등, 신분 간의 갈등, 성별 간의 갈등, 넓게는 국가 간의 갈등과 같은 다양한 시대 의식들이 신화에 표현되어 있다. 신화는 전승되면서 시대에 맞춰 변화해 왔다. 이러한 신화의 내용은 현대에서도 현실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내포하고 현대인들에게도 감동을 준다.

 

나는 나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이 신화의 내용과 내포하는 의미를 자신의 상황에 연관을 두고 작업을 한다. 막혀 있는 서로 다른 두 대상에게서 어떠한 유사한 요소를 찾아내 그것에 정신을 집중하면, 두 대상이 마치 본질적 동일성: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 것인 양 경험되는 은유 작용에 일으킨다. 영국의 사회 인류학자이자 고대인의 토테미즘 연구의 대가인 J.G.플레이 저의 주저인 황금가지에서는 주술의 사고 원리에 대해, “사물을 다른 세계로 연상시키고 다른 사물과 흡사하다는 것에 근거를 두고, 그곳에 현실적 욕망을 실어 그것이 성취되기를 비는 것이라고 말한다. , 가 작업을 하는 것은 일종의 주술을 행하는 것이. 나의 신화를 만드는 과정은 내가 바라보는 현실을 파악하고 내가 겪은 부조리에서 오는 우울한 감정을 다스리며, 나아가 감상자 또한 위안을 받기를 바라는 기원을 담고 있다.

 

4.김보민 - 의지와 상관없이 떠오르는 비자발적 기억을 모티프로 그로 인해 환기되는 감정을 회화로 표현하고자 한다. 초기 작업은 개인의 서사에서 출발하여 기억에서 파생되는 감정이 순간적이고 영원하지 않음을 이야기했다. 거듭 기억이 상기되더라도 시간을 통과하며 미미하게나마 희미해지고 불투명해 지는 망각을 주제로 다루었다. 현재는 물질과 비()물질, 이상과 현실, 실재와 허구, 존재와 부재, 의미와 무의미 등 양가적인 것들에 관심을 두며 아크릴과 유화를 매체로 작업 한다.

 

 

 

 

내 작업은 주로 단색의 면과 비정형의 선, 개체들로 이루어져 있다.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무한의 공간과 그 속에 머무르고 있는 유한의 존재가 병존한다. 일상에서 스쳐간 풍경이나 머물던 공간, 가구, 사물, 음식, 건축물의 구조 등 다양한 부분에서 형태와 색을 포착하고 수집한다. 순간순간 직관적으로 모은 이미지들을 재료로 사용하여 계획적으로 구상하는 과정을 거친다. 장면을 교차시키며 중첩과 생략, 변형을 거쳐 새로운 공간을 만든다. 캔버스에 나눈 구획을 아크릴 물감으로 채색하고 면과 면에 색을 겹겹이 쌓아 올리는 과정을 반복하며 때에 따라서는 선이 추가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원근과 명암이 없는 허구의 공간에 서로 인과관계 없는 인물, 동물, 사물 등 실재하는 개체를 한 화면에 공존시켜 생경한 조합을 이루고 이질감을 불러일으키도록 장치한다. 이때 개체들은 유화 물감을 사용하여 공간과 대비되도록 세밀한 묘사를 한다. 아크릴로 채색된 평평한 단색의 면과 사실적으로 표현한 개체가 만나며 재료에서도 이질감을 느끼도록 하였다. 모순적인 상황에서 각각의 요소는 보는 이에게 각자의 기억을 상기시키는 오브제가 된다. 불특정한 상황에서 생각지 못한 어느 순간을 갑자기 마주할 때 무의식 속 기억은 종종 수면 위로 오른다. 비자발적 기억은 맥락이나 일관성 없이 산발적으로 나타난다. 기억을 불러일으킨 매개와 떠오른 기억 사이에 대단한 연관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발생된 시점과 동일한 환경이 아니더라도 사소한 무엇이라도, 때로는 전혀 상관없는 것조차도 기억을 유발시킨다. 상기된 기억은 때때로 감정을 동반하는데, 감정은 절대적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혹은 그 날의 기분에 따라 이러기도 저러기도 하는 가변적인 것이다. 같은 풍경을 바라보아도 각자 느끼는 감정은 다르듯 내 작업이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게 읽혔으면 좋겠다. 내가 제시한 공간 속을 거닐며 작품 안의 한 명이 되어 낯선 감각을 환기하고 각자를 대입하며 다양하게 감상하고 해석하길 바란다.

 

근래에는 개인적인 서사와 관련한 작업에서 벗어나 조금 더 확장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시도를 하고 있다. 비교적 분명했던 공간의 구획이 모호해지거나 선과 면을 강조하여 더욱 평면적인 화면을 다각도로 모색 중이고,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하며 작업을 할 계획이다.

 

5.박서연 - 닥치는대로 소설을 읽다 보니 언제부턴가 소설 속에서 시대변화를 감지하게 되었다. 사회의 부조리함에 대한 고뇌, 원인과 결과에 따른 나의 후회와 반성 내지 죄의식 청산을 이라는 지극히 고루하지만 답이 없는 시각적 이미지로 구현될 수 있는 매체에 집착하게 되었다.

 

 

 

 

글과 그림이 결합함으로써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더욱 선명해지고 강화된다. 나는 문자가 아닌 이미지로, 특히 하위문화이자 삼류문화로 일컬어지는 특정 장르 소설 속 감춰진 트릭과 서사를 다시 밝혀내고 드러내는 것에 매력을 느끼는데, 그 이유는 현 사회도 무언가 숨기거나 은폐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들을 시각화하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 추리 소설 속 도시의 배경, 의미가 있거나 없는 소재들이 회화 안에서 뒤섞였을 때, 관객이 자기 나름대로 의미를 찾아보며 주체성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최근에 전시했던 <XY의 미래>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2022) 에서는 이미 언어화된 아이코노그래피의 상징을 제거하고 감각에 의존해 배열한다. 서사가 있을 것 같아 자세히 보지만 이해하기 어렵다. 반복되는 도상과 인장, 이미지의 범람으로 인해 오히려 이야기에 대한 냉소적 태도를 보인다.

 

이렇듯 문학 속에서 발췌한 텍스트를 이미지 언어로 필사하며, 내가 속한 사회의 문제점, 부조리, 나에 대한 죄와 벌, 피상적이고 대중적인 것 등을 표현한다. 결국에 내가 그리는 것들은 대부분 사회와 개인의 마찰 속에서 나타 나는 감정이나 생각, 태도들이다. 때로는 불안하고, 때로는 비평적이며, 때로는 희망을 찾는다. 그것은 보편적인 살아가는 방식이기도 하며, 내가 그림 그리는 방식이며 그러한 작업을 하고 있다.

 

6.정민희 - 우리는 매일같이 불확실한 불안이 전유 된 공간에서 끊임없이 불안을 느끼며 살아간다. 가장 불안이 극도로 달했을 시기는 작업을 그만두었던 시간이었다. 이때 나는 불안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일상적 공간에서 벗어나 비-일상의 공간을 찾아 나섰다. 산책을 하며 가까이에 보이는 가로수에 심어져 있는 나무들, 도시구조로 인해 만들어진 환경이지만 자연이라고 흔히 불리는 공원 숲길 같은 곳은 내게 비-일상의 공간으로 다가왔다. 회사에 다니면서 간절하게 싶었던 일은 오후 3시쯤의 공원 산책이었다한가로운 시간에 한가로이 걷고 싶었다. 아무 목적 없이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했다. 왜 이토록 쉬운 일이 불가능 한 것일까? 내가 찾는 비 일상은 사회구조 속에 속해지지 않은 이들만이 가능한, 그들에게는 오히려 일상인 순간들 이다. 지금의 내 일상은 이전의 나에겐 영원히 불가능할 것 같았던 비 일상 들의 연속이다. 늦은 점심, 한낮의 산책 같은 아주 사소한 일상들. -일상이 일상이 된 순간 여전히 불안함을 느끼고 있으나 불행하지는 않다다른 이들에게는 일상적인 공간이 나에게는 비-일상적 이었고 나에겐 일상적인 공간이 그들에겐 비-일상적인 공간이었다. 회사를 그만둔 다음날 내가 가장 먼저 한일은 출근시간에 맞춰 한강 공원 나갔던 일이다. 그 순간 나무 아래 가만히 앉아 지나가는 바람을 맞았던 순간이 잊히지 않는다. 그토록 바랬던 내 삶을 드디어 찾은 기분이었다.

 

 

 

 

자연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아니하고 세상에 스스로 존재하거나 우주에 저절로 이루어지는 모든 존재나 상태'이다. 우리가 도시 속에서 마주하는 자연이라고 이야기하는 풍경 중 어느 하나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않은 것은 없다. 내가 마주하는 비-일상의 모든 자연은 자본주의 사회구조 속에서 만들어진 공간이다. 나는 자연이라고 불리는 일부를 그리고 있지만 그렇지 않기도 하다. 도심 한복판에서 찾은 자연은 자연이라고 부르기에는 모자란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 모자란 자연을 가지고 확대하고 축소하며 정원을 가꾸듯 가상의 정원 공간을 만들어 낸다. 자연에서 보이는 일종의 패턴을 수집한다. 그 패턴은 일정한듯 하지만 무질서하다. 그리고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지만 도시 속에서 생태 하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끊어지게 된다이쪽과 저쪽 공간 사이에서 발견되는 틈을 찾는다. 연결되고 끊어지는 지점에서 반복적으로 보이는 것들을 찾는다. 그리고 이 반복되는 것들 안에서 또 미세하게 달라지는 것들을 찾는다. 계속해서 소외된 -일상의 공간을 찾는 행위를 하며 또 그것을 캔버스에 그리는 행위를 반복적으로 한다. 그러면서 이 사회 구조 속에서 쓸모란 무엇인지. 쓸모가 되기 위해 우리는 어떠한 행동을 하며 살아가는지 생각해 본다작가로서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과연 쓸모 있는 행동인지. 그리고 그 쓸모를 위해 희생당하고 소외되고 버려지는 것들의 쓰임새를 다시 생각한다. 과연 어느 것이 쓸모 있고 쓸모없는 것인지. 작품으로 선택 당하는 것이 쓸모 있는 것인지에 대한 물음들. 불안의 현실 속에서 쓸모 있는 것과 없는 것들 사이에서 무언가를 찾는 행위를 계속해 나간다.

 

7.김래현 -우리는 보통 , , 를 가리켜 인간의 삶의 요소로 이야기한다. 그 중 은 작은 의미로 물리적인 공간, 즉 외부의 자극에서 나의 몸을 보호하고 최소 인간다운 삶을 영유할 수 있게 하는 개인의 공간이다. 큰 의미로 보자면 그 공간 안에서 느끼는 안정감, 함께 삶을 살아가는 필연적 공동체인 가족과 같은 의미를 포함한다. 하지만 무엇이든 시간과 공간이 달라지면 의미가 바뀌듯 도 예외가 아니다.

 

 

 

 

아버지, 어머니, 몇 명의 형제가 있는 복작복작한 과거의 가족 형태에서 맞벌이 부모와 외동 자녀의 가족 구성원, 또는 편부모 가정과 독립한 1인 가구의 형태가 더 일반적인 현재. =보금자리, 안락함, 가족과 같은 의미를 고수하는 것은 다소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해석이다.

 

어떤 이에게 은 외로움이고 아픔이다. 또 어떤 이에게는 자신의 치부이며, ‘은 자의적, 타의적 감옥 일 수 있다. 21세기의 은 주거환경의 변화와 사회의 개인화로 현대인에게 더이상 따듯한 가정,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든든한 둥지와 같은 기능과 의미를 잃어버린 것이다.

 

작가의 시선에서 바라본 은 단지 필연적 공동체의 사람들이 스쳐지나가는 공간이다. 그 공간에는 사람의 흔적과 온기는 사라진지 오래이다. ‘은 또 하나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과업의 장소로서 화목한 가족으로의 연기를 강요한다. 냉소적 공간은 작품 안에서 해체를 통한 공간의 한계적 표현, 색과 모노톤의 대비를 통해 존재 유무를 시각화하였다.

 

<> 시리즈는 대상의 스토리를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주된 색과 가구, 공간 구성을 결정한다. 집은 작가의 필터에 걸러져 그림으로 탄생하고 그림은 제3자에게 노출된다. 지극히 개인적이었던 불완전한 집은 이 과정을 통해 그 자체로 완전한 내 집이 된다. ‘내 이야기를 담은 나의 집이다.’ 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완성된다. 우리의 둥지는 초등학교 교과서에나 등장하는 즐거운 나의 집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다소 씁쓸하고 안타깝다. 하지만 완전하게 만드는 것은 불완전함을 채우고, 바꾸고, 숨기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며 오늘날의 새로운 가족의 개념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에대하여 탐구하는 과정이 되기를 바란다.

 

8.이솔비 - 겹겹이 싸인 직물 더미 틈에서 덩어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 틈은 아직 조그맣지만, 더미의 끈을 단단히 묶어 감추었던 이전과는 달랐다. 깜깜한 곳에 자리하다 마주한 덩어리는 분홍색을 띠고 있으며, 여러 감정이 뒤섞여 하나가 된 모습이었다. 틈새로 흘러내리는 덩어리가 아직은 스스럽지만 퍼져나간 흔적을 보니 황홀하다. 단단해지지 못한 채 떠다니는 존재일지라도, 앞으로는 더 진한 분홍빛을 띠며 사람들과 마주하고 소통하길 소망한다.

 

 

 

 

<BEYOND FABRIC> 시리즈는 꿈에서 보았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려는 태도를 바탕으로 작가의 감정 변화를 담아낸 기록화이다. 그동안 작가는 외적 자아와 비교해 내적 자아를 등한시하였다. 광활하고 깊은 내면세계 안에 들어 있는 속마음을 타인에게 드러내는 것을 금기시하던 행태는 마치 표면적으로 무엇이 들어있는지 파악할 수 없게끔 꽁꽁 매듭지어진 천 덩어리와 같았다. 그러던 중, 아득하고 깜깜한 무의식의 세계에서 그동안 돌보지 못했던 생각과 경험, 이 모두를 아우르는 감정들과 마주하게 되었다. 매일 밤 수면하여 잠자기라는 행위가 반복될수록 꿈에서 표출된 잠재된 감정을 깨닫기 시작했으며 이는 곧 타인과 소통하고 싶은 욕망으로 변화하였다. 이러한 감정 변화는 문을 열고 밖으로 향하는 것처럼 외부 세계와의 거리를 좁혀 가기 시작했다. 외부 세계를 향한 마음의 문을 하나씩 열고 나가면서 자아의 감정과 깊은 대화를 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던 사사로운 감정 하나까지도 헤아리며 심층적인 자아의 감정을 들여다보았다. 이를 바탕으로 작가는 본인의 취향이자 페르소나의 의미를 지니며 천 덩어리를 구성하는 페미닌한 옷가지들, 마치 영상 매체처럼 꿈의 공간을 통해 표출된 감정, 마음의 문을 열고 외부 세계로 향하는 잠행적 행위 전반을 기록하고자 사실주의를 기반으로 한 회화로 이 과정을 표현하였다.

 

 

 

 

 

강서뉴스 문향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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