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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읽는 행복한 시]

담쟁이 – 도종환(1954~)

기사입력 2015-07-12 오후 6:09:2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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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읽는 행복한 시]

 

 

 

담쟁이 도종환(1954~)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 시집 <당신은 누구십니까>

 

 

▲ 도종환 시인
<
접시꽃 당신>으로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도종환은 올해 등단 31주년이 되었다. “부드러우면서 곧은 시인, 앞에는 아름다운 서정을, 뒤에는 굽힐 줄 모르는 의지를 두고 끝내 그것을 일치시키는 시인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시인은 1984년 동인지 분단시대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고두미 마을에서> <접시꽃 당신> 등의 시집에서 서정성 짙은 시세계를 펼쳐 우리에게 절실한 감동을 주고 있다.

 

전교조 해직 교사였던 시인이 2012년에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선출되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교과서에 수록된 도종환의 시와 산문을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중학교 교과서에서 삭제하도록 권고해 논란이 일어나는 등 황당한 논쟁도 있었다.

 

시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이기도 한 <담쟁이>는 직장인 100만 명이 뽑은 내 인생의 ’ 1위로 선정되었고 현재 교과서를 통해서 학생들이 배우고 있다.

 

 

 

인간이 살면서 부딪히게 되는 절망의 벽을 넘어서려는 의지를 우리가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담쟁이라는 사물을 통해 표현한 작품이다. 모두가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좌절할 때 담쟁이는 말없이 벽을 타고 오른다.

 

살면서 수많은 벽을 만나지만 그때마다 높은 벽에 붙어사는 담쟁이를 떠올리며 담쟁이처럼 '서두르지 않고',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저 벽을 오르자고 마음먹는다.

어떤 벽이라도 말없이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의 의지는 미래의 희망과 용기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세상을 떠난 부인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진솔하게 담아낸 접시꽃 당신100만 부를 돌파하며 지금까지도 대중적인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시골집 담벼락에 줄지어 핀 하얀 접시꽃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 하얀 접시꽃이 계속 피가 빠져나간 창백한 아내 얼굴처럼 보였어요. 그렇게 아내에게 마지막으로 해줄 말을 쓴 게 접시꽃 당신이었죠. 나는 이 시를 울면서 썼습니다.”

 

옥수숫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 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접시꽃 당신에서>

 

 

 

이제 환갑이 넘은 시인은 작년에 제1회 신석정 문학상을 수상했다.“내 인생은 어느덧 늦은 오후를 지나고 있어 곧 어두워질 수도 있겠지만, 해 지기 직전의 노을처럼 찬란한 시간이 아직 남아 있다고고 했다. 하루로 치면 오후, 계절로 치면 가을에 해당하는 나이를 건너는 중인 시인은이제 곧 저물 일만 남았지만 그래도 남은 시간에 감사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김동기 한서고 국어교사]

 

<시작노트> 도종환 시인

 

해직된 후 살길이 막막했을 때였습니다. 기약 없는 미래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힘들었을 때, 회의 중 문득 눈에 들어온 것이 담쟁이였습니다. 흙 한 톨도 없고 물 한 방울 도 나오지 않는 벽에 살면서도 담쟁이는 저렇게 푸르구나! 생각했습니다.

 

자기만 살길을 찾겠다고 달려가지 않고, 100개의 이파리와 손에 손을 잡고 더디지만 한 발짝씩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다른 이파리들과 함께 연대하고 협력하며 벽을 오르고, 마침내 절망적인 환경을 아름다운 풍경으로 바꾸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담쟁이처럼 살기로 했습니다. 나 혼자 살길을 찾으려 하지 말고, 함께 손잡고 이 어려운 벽을 헤쳐 나가자고 마음먹었습니다. 벽을 벽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오래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여, 마침내 절망적인 환경을 아름다운 풍경으로 바꿀 수 있다면 담쟁이처럼 벽을 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내 인생의 벽을 만났을 때 이 시를 썼고, 내가 쓴 시에서 내가 위안을 받으며 어려운 시절을 지나올 수 있었습니다.

 

다른 이들도 자기 생의 벽 앞에서 이 시를 읽고 힘을 얻기를 바랍니다.

 

 

도종환(시인. 국회의원) 약력

 

▲ 도종환 시인

 

 

시집으로 고두미 마을에서, 접시꽃당신, 당신은 누구십니까, 부드러운 직선, 슬픔의 뿌리, 해인으로 가는 길,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등이 있으며, 산문집으로는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너 없이 어찌 내게 향기 있으랴등이 있다.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시 어떤 마을이 실려 있고, 고등학교 문학교과서에 흔들리며 피는 꽃,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담쟁이등 여러 편의 시가 실려 있다.

 

한국민예총 부이사장,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등을 역임, <신동엽 창작상>, <정지용문학상>, <윤동주상>, <백석문학상>, <공초문학상> <신석정 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세상을 밝게 만든 100에 선정되었다.

 

 

강서뉴스 김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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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의견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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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마차
    2015-08-08 오후 1:10:06
    도종환님의 담쟁이 시를 평소 좋아했는데 이곳에서 다시 보게 될 줄... 앞으로도 좋은 시 많이 부탁합니다.
  • 갈잎
    2015-08-05 오전 11:07:31
    와~~ 강서뉴스에서 도종환 시를 읽다니~ 워낙 유명한 접시꽃당신~ 담쟁이~ 한줄한줄 읽을 때 마다 마음이 정제되는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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