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종합 > 강서뉴스

연극 ‘변호사 바이론’

살인도 죄가 되지 않는다?

기사입력 2016-12-30 오후 1:58:43 입력
페이스북 트위터

연극 변호사 바이론

살인도 죄가 되지 않는다?

 

 

 

 

 

 

그동안 무너진 것들을 참 많이도 보았다.

 

설계가 잘 못 되었든, 축적이 잘 못 되었든, 높고 낮은 또는 길고 짧은 건축물들도 무너졌고, 거목같이 우람하던 사람도 참 많이 무너졌다.

 

평생을 쌓아왔던 인격이 하루아침에 만신창이로 무너지는 것을 보는 일도 왕왕 있었다. 태생이 잘 못 되었든, 교육이 잘 못 되었든, 시대를 잘 못 타고 나왔든 무너짐은 결코 좋은 결말이 아니기에 남의 일이라도 마음이 무척 아팠다.

 

그뿐이랴 보이지 않는 것들도 무너질 때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사람의 마음,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도록 잡아주는 양심에는 가책이라는 잣대가 있는데 그것마저도 여지없이 스르르 무너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개개인이 가진 가치관이 모여 사회의 기본 질서가 되고 그 틀을 유지하며,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할 터인데, 여기 무너짐을 제대로 보여주는 연극이 있다.

 

20161222~ 31일 저물어 가는 세모의 어둠을 밝히며 상연된 일본 작가 '츠카 코헤이'"변호사 바이론"이다.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에서는 우리에게 TV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천재 바둑기사 택이 아빠로 잘 알려진 배우 최무성이 연출을 맡은 작품이 올려졌다. 해마다 이맘때면 동문과 관객을 모으는 올해 26번째를 맞는 경기고 연극동문 "화동연후회"의 열정에 빛나는 작품이다.

 

"변호사 바이론"은 별 이유 없이 애인을 살해했으나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범인 '오오야마'와 변방을 떠돌던 번외 검사에서 사건의 중심에 서고 싶은 그나마 양심은 살아있는 검사 '카메아리', 내 사전에 유죄 판결이란 없다는 유능한 변호사 '니카이도'와 그의 아리따운 비서 '가타기리 유미코'가 등장 하는데, 주인공 4인이 장장 100분가량, 따발총 같은 대사를 주고받으며 법정 싸움을 이끌어 간다.

 

극이 시작되자, 파도 넘실대는 바닷가에서 토닥토닥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연인이 등장한다. 바다가 보고 싶어 바다에 왔으면 달콤한 사랑을 속삭이며 짜릿한 몸짓이나 연출해야 할 장면에서 남자는 느닷없이 애인을 죽인다.

 

축 늘어진 순박한 여성의 죽음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극의 진도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 느꼈는데, 이 작품 자체가 동일 작가의 "뜨거운 바다"라는 전작에서 이미 체포된 이야기가 있었고, 그의 속편으로 법정 모습을 만들어 내기 위한 발단이기 때문이었다.

 

대체 왜 저러는가 궁금증이 일어, 극에 몰입하게 될 즈음 바이론 시집을 상징처럼 손에 들고 무적의 변호사가 입장한다. 뒤이어 아직은 정의감이 살아있고, 세상 때가 조금 덜 묻은 수습 검사가 적막을 깨고 객석으로부터 등장한다. 상황의 전이가 있을 때마다 계단을 오르내리고, 천으로 된 문을 들나들며 때론, 말도 안 되는 얼토당토않은 말을, 때론 철학적인 잠언을 수도 없이 쏟아낸다.

 

살인이든 뭐든 가리지 않고 명성을 얻고 싶어 하는 것이 마치 사회적 현상인양 말하는 건 억지스럽고 아주 불편했다.

 

추녀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해 참 아니면 거짓이라는 이분법 표현으로 보여 주옥같은 대사가 묻히기도 하였다.

 

사람이나 일의 외적 요인으로는 그 어느 것도 무마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느낌은 왔으나 단어가 갖는 반감이 먼저 느껴져 다른 말로 대체됐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햇살이 너무 눈부셔 사람을 죽였다."는 카뮈의 "이방인"이 떠올라서, 신선한 주제라고 아무리 주입해도 중반까지는 마음이 움직여지지도 살인자로 주목받고 싶다는 주인공이 이해되지도 않았다.

 

다만 '저 많은 대사를 어찌 다 외웠을까?' 신기함으로 극을 지켜보았다.

 

다행히 후반부에 전달의 힘이 있어 인내한 보람이 있었다.

 

꼭 사람을 죽이는 일과 같이 명확히 드러나는 죄를 저질러야만 범죄인 것이 아니고, 너를 아프게 한 일, 나 스스로 아팠던 일도 범죄가 될 수 있다는 논리는 섬뜩 지나가는 섬광이었다.

 

"누군가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도 범죄다."

 

크고 작은 그 어떤 자극에도 끄떡하지 않는 무쇠 같은 마음도 죄이며,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자, 세상의 시선을 끌고자 무모하게 벌이는 많은 일이, 주변은 물론 스스로에게도 상당히 위험한 독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하는 극이었다.

 

"역할이 없는 사람은 동정을 받는다."는 말은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며, 아무런 영향력도 끼치지 못하니, 범죄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악인은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이 되었다.

 

"변호사 바이론"은 엉뚱하고 돌발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으며, 신비를 쫓고, 인기를 얻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으며, 세상의 시선을 끌고 인기에 부화뇌동하는 요즘 세태에 일침을 가하는 연극이다.

 

사회적 통념을 무너뜨리고 평범함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세상을 향해 신랄한 역발상으로 인간 본연의 순수함을 깨닫게 하며, '조지 고든 바이론'이라는 시인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여 '희망'을 암묵적으로 시사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야 사람이고, 사람이 곧 희망이라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슴 깊숙이에 자리 잡고 있던 진리를 일깨운다.

 

 

강서뉴스 류자 기자

 

 

 

최근기사

네티즌 의견28
내용은 200자 이내로 적어야합니다. 기사와 무관한 글은 임의로 삭제 될 수 있습니다.
(스팸방지코드  )
의견
쓰기

  • kdimm00002
    2017-01-07 오전 1:11:58
    라이브겜 ★ 실시간 생방 라이브카ㅈl노 ★ 안전한 놀­터­인­생­역­전 터지는 슬­롯­머­신 팡팡 !!★ 주소 ―▶▶▶▶ ET386.COM ◀◀◀―
  • 양승주
    2016-12-30 오후 3:45:47
    극을 보고나서도 내용의 갈피를 못잡았었는데 류기지님의 평섭을 읽으니 아하 ! 그런거였구나 ! 감사합니다.근하신년.

최근 가장 많이 본 기사인물

  1. 신낙형
  2. 문진국
  3. 고성주
  4. 이철희
  5. 신창욱
  6. 박국인
  7. 한정애
  8. 김광수
  9. 강선영
  10. 송훈
  11. 장청기
  12. 노현송
  13. 김향라
  14. 조만환
  15. 권오륜
  16. 류민지
  17. 김병로
  18. 류 자
  19. 전은령
  20. 백운기
  21. 조종태
  22. 강미영(1)
  23. 소재진
  24. 김용호
  25. 김성태
  26. 박일
  27. 김응권
  28. 강미영(2)
  29. 김윤탁
  30. 이영철
최근 가장 많이 본 기사인물은 독자들이 기사인물에 대한
클릭수(읽기)가 실시간으로 적용된 것입니다.

최근 가장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