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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읽는 행복한 시] 이승하 시인

"오늘도 길 나선다 내 앞에 길 있기에"

기사입력 2017-01-09 오전 10:49:55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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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읽는 행복한 시] 이승하 시인

 

외길 혜초의 길 45 이승하(1960~)

 

 

이 드넓은 데칸고원에

길은 오직 하나

이 적막한 파미르고원에

외길이 외롭게 나 있다

 

서역의 어느 하늘 아래서 끝나는

동녘의 어느 바다 앞에서 끝나는

길이 없을까 무슨 길이

 

길에서 내가 깨달은 것들 있다

길을 걸어야지 길동무도 만나고

길로 나서야지 길눈도 밝아지더라

올곧은 길만 길은 아니더라

 

내 걸음 멈추는 그곳에서 다시 시작할 뿐

지름길도 에움길도

길이기에 길로 이어지고

 

혜초는 그날도

길이 나 있기에 길로 나섰으리

나도 이 외길이 좋아서

오늘도 길 나선다 내 앞에 길 있기에

 

 

시집천상의 바람, 지상의 길서정시학사

 

 

 

 

 

세상의 모든 길을 위한 헌시

 

시인은 작년에 시집 감시와 처벌의 나날로 천상병귀천문학대상을 수상했다. 감시와 처벌의 나날은 시인이 수십 년 동안 교도소, 구치소, 소년원에 가서 일종의 재능기부로 시 창작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정신병원 등을 방문하며 봉사 활동을 하면서 인간의 고독과 불안, 공포의 감정을 토해냈다. 시인은 당선 소감으로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형을 살고 있다. 10년 가까이 교도소, 구치소 등에서 시 창작 봉사활동을 다니며 그들의 죄와 벌을 들여다 본 적이 있었다며 죄는 미워하되 죄인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 이승하 시인이 최근에 긴급체포 되어 구속된 후배 작가 류철균(이인화) 교수에게 쓴 편지가 화제다. 시인은 베스트셀러 소설 <영원한 제국>에서 류 씨가 필명으로 사용한 이인화는 염상섭의 소설 만세전(萬歲前)의 주인공 이인화의 운명과 같다며 지식인으로서 책무를 망각한 점을 비판 했다. “자네는 박근혜 제국이 영원한 제국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가? 소설 속 이인화의 길을 가지 말고 부디 자중자애하며 문학에 대해 경외감을 갖고 있던 그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며 일갈했다.

 

천상의 바람, 지상의 길은 문단 선후배 시인들과 함께 실크로드를 여행하면서 <혜초의 길>이란 부제를 붙여 연작시 61편을 엮어낸 시집이다. 이 시집을 읽으면 혜초의 길과 시인의 길과 이 세상의 수많은 길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시인은 십여 년 동안 혜초가 걸어갔던 길의 의미를 탐구하며 시로 형상화하였다.

 

세상의 모든 길에서 길은 걸어간 사람이 아닌 그 길을 가고자 한 마음이 만든다고 말한다. 이 세상의 길은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걸어 자취를 남김으로써 형성된 것이며, “내가 가는 길은 앞서 누군가 걸었고, 내가 걸은 길은 후세 누군가가 걸어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길이 있어 사람들이 그 길을 따라 걷는 것일까, 아니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걸어가면 그곳이 곧 길이 되는 것일까?

 

정호승 시인은 봄길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스스로 길이 되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우리의 삶도 어느 곳에나 길이 있다. 그러니 멈추지 말고 꾸준하게 앞으로 나아가자. 절망적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말고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가며 정유년 새봄을 맞이하자. <김동기 한서고 국어교사>

 

 

 

 

<시작 메모> 이승하 시인

길눈이 많이 어둡고 겁도 많아서 운전을 지금까지 배우지 않았다. 길 가다 목격자를 찾습니다라고 적혀 있는 플래카드를 보면 가슴이 쿵쾅거린다. ‘나같이 시를 골똘히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사고를 내도 몇 번이나 냈을 거야하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어디를 가나 대중교통수단으로 가다 보니 길에서 시의 소재를 얻고 시상을 떠올린다. 버스나 지하철로 이동 중에 책을 읽고 메모를 한다.

 

8세기 초, 열여섯 어린 나이에 중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혜초는 인도인 스승 금강지를 만나 불교의 발상지 인도 여행을 해보라는 권유에 인도로 간다. 열아홉 나이에 인도로 간 혜초는 4년 동안 40개국을 도보로 여행하면서 꼼꼼하게 각 나라의 정치상황과 경제상황, 풍경과 풍습을 기록하였다. 왕오천축국전은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다. 길은 그의 스승이었고 집이었다. 세계는 넓고 가보아야 할 곳은 많다. 한반도의 남쪽, 이 좁은 둥지를 박차고 비상하면 드넓은 세상도 내 눈 아래에 있게 되리.

  

 

▲ 이승하 시인

이승하 시인 <약력>

 

1960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김천에서 자랐다. 청소년기에 방황을 하여 고등학교를 못 다녔다. 중앙대 문예창작학과와 동대학원을 나왔다.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화가 뭉크와 함께),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소설(비망록)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 사랑의 탐구』『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인간의 마을에 밤이 온다』『천상의 바람, 지상의 길』『불의 설법』『공포와 전율의 나날』『감시와 처벌의 나날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등을 냈다. 지훈상, 시와시학상 작품상, 중앙문학상, 천상병귀천문학상 대상, 인산시조평론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교도소, 구치소, 소년원을 다니며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강서뉴스 김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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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의견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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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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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는 학생
    2017-09-25 오후 10:45:54
    진정성있는 글을 쓴다는것은 진정성있는 경험에서 나오는것이군요... 잘 배워갑니다!
  • 무적의 4학년
    2017-09-24 오후 11:06:11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지만, 어쩌면 길이 있는 곳에 뜻도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되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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