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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화진 잠두봉 눈길산책

‘고요한 힐링’…양화진 잠두봉 눈길산책

기사입력 2018-01-04 오후 2:09:5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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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힐링’…양화진 잠두봉 눈길산책
 



겸재 정선 그림에도 나왔던 잠두봉(절두산) 모습 ⓒ김종성

겸재 정선 그림에도 나왔던 잠두봉(절두산) 모습

 

예년보다 앞당겨 찾아온 추위와 함께 도시 곳곳에 하얀 솜 같은 눈이 펑펑 내렸다. 기자는 눈이 내리면 눈길 산책을 하기 위해 한강가로 간다.

 

강줄기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한 양화진 잠두봉 유적지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고요함이 있어 절로 힐링이 되는 곳이다.

 

합정역에서 내려서 한강 쪽으로 걷다 보면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사랑한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墓園)’이 나온다. 양화진은 버드나무가 많아 ‘양화(楊花)’란 이름이 붙은 옛 나루터다.

 

조선 시대 한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나룻배를 이용해야 했는데, 한강에는 광나루, 양화나루, 노들나루 등 18개 나루가 있었다고 한다.

 

 

다양한 모양의 비석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선교사 묘원 ⓒ김종성

다양한 모양의 비석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선교사 묘원

 

우리나라 공동묘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드는 건, 무덤마다 지키고 서 있는 다양한 모양 비석들 때문이다.

 

십자가 모양에서부터 네모반듯한 모양, 울퉁불퉁한 바위처럼 생긴 모양까지 다양하게 생긴 묘비들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또 묘지 위로 하얀 눈이 이불처럼 쌓여 있어 그런지 겨울 무덤가의 분위기가 황량하기보다는 포근하게 느껴졌다.

 

묘비에는 아펜젤러, 언더우드, 베델, 헐버트… 귀에 익숙한 사람들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곳에는 145명의 선교사와 그들의 가족이 안장되어 있는데, 그들 중 최근 책을 읽다 알게 된 어니스트 베델(Ernest T. Bethel) 묘지를 마주하니 새삼스러웠다.

 

그는 1904년 양기탁과 함께 한글, 영문판의 항일 민족지를 창간하여 일본의 침략행위를 맹렬히 비판한 인물이다.

 

또, 을사늑약 후 고종 황제의 친서를 게재하여 일본 침략 만행을 국내외에 폭로하는 등 항일 언론 활동을 하다 37세라는 아까운 나이에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났다.

 

그가 양화진 외인 묘지에 묻히는 날 추도사에 참석한 도산 안창호 선생은 “영국인인 베델 씨가 우리나라에 바친 것이 이와 같을진대 어찌 우리가 가만있을 수 있겠는가…”라고 열변을 토했다.

 

외국인 선교사 묘지공원엔 ‘소다 가이치’라는 일본인 무덤도 있다. 소다 부부는 1921년에서 1945년까지 한국 땅에서 살면서 1,000여 명의 고아를 자식처럼 돌보았다. 일본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우리 정부의 문화훈장을 받았다.

 

 

서울시 보호수 느티나무가 외국인 선교사 묘원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김종성

서울시 보호수 느티나무가 외국인 선교사 묘원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선교사 묘원 출구로 나오면 한강가에 자리한 30m 높이의 절두산(切頭山) 순교성지(사적 제399호)가 나온다.

 

이곳에는 성당, 박물관, 기념관 등이 함께 있다. 옛 초가집 지붕 모양을 한 박물관은 세계 건축 설계 콘테스트에서 은상을 차지했을 만큼 뛰어난 건축미를 자랑한다.

 

절두산 원래 이름은 누에머리 같다 하여 ‘잠두봉(蠶頭峰)’이라고 불린다. 이곳은 겸재 정선이 그림을 남길 만큼 경치가 빼어난 곳이었다.

 

그러나 구한말 서학(西學)으로 불린 천주교가 ‘사학(邪學)’으로 몰려 많은 사람이 희생당하면서 절두산이라는 끔찍한 이름이 붙여졌다.

 

절두산에서의 처형은 무지막지한 선참후계(先斬後啓)였는데, ‘일단 먼저 머리를 자르고 본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곳에는 29명 순교자에 관한 기록 외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천주교에서는 1966년 병인양요 100주년을 기념하여 봉우리를 중심으로 절두산 순교자 기념관을 건립하고, 주변 지역을 공원으로 조성하여 성역화했다.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조각상 ⓒ김종성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조각상

 

절두산 순교성지의 묘미는 한강 변 오솔길이다. 나무들이 촘촘히 서 있는 눈 쌓인 오솔길을 따라 한가로이 거닐면 경쾌하게 들려오는 새 지저귐 소리가 마음을 한결 편안하게 해준다.

 

또 오른편으로 빛나는 한강 물빛에 고요한 마음의 평화를 담을 수도 있다.

 

절두산 순교성지는 ‘다크투어’를 하기에 적합한 곳이기도 하다. 다크투어는 비극적인 참상이 벌어졌던 역사적 장소나 재난·재해와 관련된 현장을 방문하는 여행을 말한다.

 

과거 아프거나 부끄러운 역사는 잊거나 지워야 할 대상으로 여겼지만, 최근에는 역사를 바로 보자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이런 장소가 여행이나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눈이 오는 날, 잠두봉 유적지 설경을 바라보며 힐링 시간을 갖길 바란다.

 

 

■ 양화진 잠두봉 유적지 안내
○ 위치 :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토정로 6
○ 교통 : 지하철 2·6호선 합정역 7번 출구 도보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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