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사설

내공(內功)과 내공(內空)의 평행선

내공(內功)과 내공(內空)의 평행선

기사입력 2018-04-05 오전 6:37:12 입력
페이스북 트위터
내공(內功)과 내공(內空)의 평행선



동해남부선을 타고 부산역에서 동래역, 해운대역, 송정역, 기장역으로 죽 올라가면 동해바다의 운치가 사람을 매료시킨다. 완행열차가 지나가는 인간적인 속도와 파도가 주는 자연속도가 묘한 앙상블을 이루는 풍경을 즐기는 맛은 보통 맛이 아니었다. 차창에 스크린 된 열차속의 사람 사람들..... 언제나 동해남부선은 서민들 삶의 보따리를 옆 사람에게 풀며 같은 시간을 호흡해나간다. 항상 그렇듯이 듣도 보도 못한 간이역에 내려 건널목을 지나려면 열차의 꽁무니와 맞물리는 철로평행선의 원근감이 일품이었다.

 

가운데 한 점으로 모이는 원근의 질서는 평행선마저도 합치게 하는 신기루를 먹고 산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인생길이 아니라 철로길..... 합쳐지지 않는 이상한 비극성의 서글픈 여운이 플랫폼에 쌓이는 평행선이다. 젊은 청춘 남녀가 까치처럼 깍깍거리며 철로 하나씩을 따라 양팔을 뻗쳐 나란히 걷기 시작한다. 저 멀리 원근의 착시로 합일치 점을 향해 나아가는 것일까?

 

전문가시대라고 한다. 산업구조가 변화되고 미디어의 파워가 끝이 없는 요즘 세상에 얼렁뚱땅 바람잡이로 살아가다가는 낭패 보기 일쑤다. 자기가 맞다고 억지를 부려도 검색창을 두드리면 다 뽀록나는 손오공 손바닥 세상에 기거하고 있다. 인간은 점점 더 왜소해지고 정보는 점점 더 괴물같이 커진다. 내공(內功)이 없으면 흡혈귀 같은 정보세포에 감염되어 살아남지 못한 무시무시한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아인스타인의 상대성 원리가 있다. 확실히 모르겠지만 음과 양, 선과 악, 삶과 죽음 등 대립되는 존재방식을 떠올려 보게 된다. 내공(內功)과 내공(內空)....... <오랜 수련으로 몸 안에 쌓인 신비한 능력이나 힘><속이 비어 있음>...... 똑같은 소리지만 그 뜻은 엄청나게 상반된..... 그래서 한자나 한문을 알아야만 인문학적 발상을 할 수 있다는 어느 선각자의 열변......

 

몇 년 전, 시골동네에 파묻혀 살고 있는 노시인이 시를 배우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설파한다.

 

옛날 조선시대 한양에서 태백산맥 산골로 귀향 온 선비가 험한 산비탈 큰 바위 밑둥치에 움막을 짓고 세월을 흘러 보내고 있었는데 이 선비가 학식이 출중하다는 풍문을 듣고 아랫마을에 사는 떡장수 아주머니가 자기 아들에게 공부를 가르쳐달라고 애원을 하길래 선비가 떡장수 아들을 한번 보내라고 했단다. 그 대신 수강료는 한 달에 몇 십 전을 받기로 하고 삼년동안 눈이오나 비가 오나 다녀야 한다는 약정과 함께.....

 

떡을 팔아 몇 십 전의 수강료를 낸다는 것은 심히 어려운 일이였지만 자기 자식의 출세를 위해서는 허리끈을 졸라매어야 했다. 시간이 흘러 한 달이 가고 반년을 넘어 일 년이 가까워 오던 날, 아들은 어머니에게 이렇게 하소연 하였다. “공부 안 할래요. 훈장님이 매일 한일자(-)만 쓰라고 하고 다른 것은 아예 가르쳐 줄 생각을 안 하시니......” 떡장수는 화가 뿔이 났다. 당장 떡장수는 자기아들 손을 잡고 선비에게 가서 온갖 욕설로 따지기 시작했다.

 

개망신을 당한 선비는 그때서야 그 아들에게 바위에 말리고 있는 송판 두개를 가져 오라고해 거기다 각자 한일자를 쓰자고 했다. 떡장수가 발끈했다. “사기꾼 네놈이 갈긴 한일자나 우리 아들이 쓴 한일자가 무엇이 다르단 말이냐 하고 대판으로 따지며 그동안의 수강료를 변상하라고 고래고래 악을 썼다. 이때 선비가 그 아들에게 넌지시 입을 떼며 그 송판을 뒤집어 보라고 했다. 아뿔싸, 아들의 송판은 앞면만 한일자가 있지만, 선비의 송판은 뒷면도 앞면과 같이 한일자가 있는 것이 아닌가? 떡장수는 자기의 무지를 개탄하며 혼비백산 도망가고 말았다고 한다.

 

시골노시인이 한 얘기는 내공(內功)의 대표적 이야기로 마음속에 새기고 있다. 진짜와 가짜가 영원히 같을 수가 없는 것이 이 세상의 법칙이다. 이런 것을 두고 세상의 진리라고 말하는 것 일게다. 겉모습만 비슷하게 폼을 잡고 흉내내는 속빈 내공자(內空者)(?)들이 결국 반풍수 집안 망치는 자들로 이 사회를 요지경으로 만드는 주인공들이다.

 

동해남부선을 타고 동해를 거슬러 오르는 비경은 삶의 생기였다. 이제는 조그만 간이역에 내려 열차뒷모습을 보아도 원근 점이 아니라 결코 철로의 평행선이 맞닿을 수 없다는 세상의 진리를 터득한 것 같다. 마치 내공(內功)과 내공(內空)처럼.......

 

거창인터넷신문(gcinews@hanmail.net)

최근기사

네티즌 의견28
내용은 200자 이내로 적어야합니다. 기사와 무관한 글은 임의로 삭제 될 수 있습니다.
(스팸방지코드  )
의견
쓰기

최근 가장 많이 본 기사인물

  1. 김광수
  2. 노현송
  3. 문진국
  4. 지현경
  5. 박국인
  6. 진해주
  7. 신낙형
  8. 백운기
  9. 고성주
  10. 장청기
  11. 남상일
  12. 김성미
  13. 조종태
  14. 김향라
  15. 이종수
  16. 임명선
  17. 송영섭
  18. 조만환
  19. 장준복
  20. 김용호
  21. 박경숙
  22. 김윤탁
  23. 박일
  24. 조남국
  25. 박용태
  26. 최연근
  27. 권오륜
  28. 이혜영
  29. 홍석영
  30. 한명철
최근 가장 많이 본 기사인물은 독자들이 기사인물에 대한
클릭수(읽기)가 실시간으로 적용된 것입니다.

최근 가장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