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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문에 걸친 달 그림자'

오연복 시인의 샘터 '사립문에 걸친 달 그림자'

기사입력 2019-02-02 오후 6:25:4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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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문에 걸친 달 그림자

                                       

                                     시인 오연복

 

 

열사흘 달은 늘 배가 고팠다

서울 간 형아 누이가 완행열차를 비집어 타는 날

코흘리개 막내는 아침술을 뜨는 둥 마는 둥

터미널에 가쁜 숨을 부려놓고서

차문 들락거릴 때마다 기러기 모가지가 된다

 

어쩌다 우체국에서 전보라도 수령하는 해에는

몇 자 안되는 글자에 띄어 쓴 칸이 못내 아쉬워

낯선 서울바닥을 한나절에 여남은 번은 오가곤 하였다

 

마디마디 그리움을 꼽아온 손가락으로

괭이잠에 설렘을 토닥거리고

신작로를 뿌옇게 달구는 버스 꽁무니에 노을이 새초롬히 흐르고 흘러

건넛집 추녀에 지짐이 들기름 냄새 교교히 스치면

달그림자가 사립을 빼꼼히 젖힌다

 

큰누나는 빨간 내복을 내려놓고

막차를 타고 온 큰형은 툇마루에 청주병을 들이민다

 

콩나물시루 입석을 타고 내려온 서울 하늘 한 조각이

남포등 심지를 치켜 올리면

낙산암벽에 희망을 박음질하던 창신동 봉제공장은

감나무 밑에서 세월을 가위질하다가 부뚜막에서 인생을 드르륵거린다

 

신림사거리 공업사 용접봉은

구미공단 첨단 특파원으로 차출되었단다

막내는 한 치나 더 큰 운동화에 함박웃음을 끌고 다니고

궐련을 물고계신 아버지 얼굴에 열나흘달이 뜬다

 

 

 

▲ 오연복 시인

 

 

[오연복 시인 프로필]

 

* 시인, 작사가, 시낭송가

* 한국스토리문인협회 이사, 샘터창작문예대학 강사, 가곡동인

 

[수상 경력]

 

대한민국 인물대상 수상(2014), 샘터문학상 대상 수상(2018), 전북의 별 표창(8), 중앙일보 전국독서감상문대회 최우수상(5), 세종대왕탄신기념일 글짓기 대회 운문부 금상, 글사랑전국시낭송대회 최우수상 수상(27) 등 다수

 

 

 

 

[동인지]

 

<꿈을 낭송하다> <이슬 더불어 손에 손 잡고> <바람의 서>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사랑, 그 이름으로 아름다웠다>외 다수

 

[가곡작시]

 

<물푸레나무 타령> <변산반도 마실길> <김밥> <시인의 아내> <행복한 결혼> <첫눈> <당신 그리울 때> <사랑의 사계절>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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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의견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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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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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례
    2019-02-15 오후 3:38:05
    60년대 후반~80년대 초반의 어려운 시절이 떠오릅니다. 가족들을 위하여 대도시로 돈벌이 나갔던 많은 집안의 맏이나 맏딸들의 고단했던 모습들이 오버랩됩니다.
  • 박상구
    2019-02-10 오후 6:32:27
    세롬 세롬 옛날생각이 절로남니다 사립문에 걸친 달 그림자 감성깊게. 필독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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