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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사서가 추천하는 책❽

시집 <사과가 필요해> <난 빨강>

기사입력 2020-05-27 오후 8:55:21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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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사서가 추천하는 책

시집 <사과가 필요해> <난 빨강>

 

 

모름지기 시라고 하면 별 헤이는 밤(윤동주)이나 진달래꽃(김소월)처럼 성인 대상 서정시에 익숙하다가 <사과가 필요해> <난 빨강> 같은 청소년시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마치 기성세대가 청소년 세대에게 적응하는 게 쉽지 않듯. 게다가 청소년 시라는 장르를 굳이 따로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싶은 맘도 들었다. 하지만 <사과가 필요해> 안에 들어 있는 몇 작품을 읽으며 깨달았다. 자식을 둘이나 키운 나로서도 사춘기의 그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는 것과 시의 감성이 성인과 완전히 다르다는 걸...!

 

 

 

사춘기, 다 짜증나요

 

학교 안 갈거야?

, 지금 가잖아요

 

학원 잘 갔다 왔니?

, 그럼 못 갔다 와요?

 

, 자꾸 말 쏘아 댈래?

, 뭘 쏘아 댄다고 그래요

, 뭐가 그렇게 짜증나니?

, 그냥 다 짜증나요

 

우리도 그 시절을 지나 왔건만 언제 그랬냐는 듯 아련하다. 어제는 IPTV로 곽재용 감독의 클래식이라는 영화를 봤다. 손예진, 조승우, 조인성, 이기우 등이 출연하는 영화에서 풋풋했던 70년대 고교시절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학생을 구타하고 재학생은 선도부라는 명목으로 후배를 당연하게 때렸던 시절이 그 영화에 고스란히 있었다. 대변검사와 구충제 그리고 하얀 칼라의 교복과 남학생들의 교련복 추억이 새삼 떠올랐다. 그 폭압의 시대를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아름다운 연애감정 덕분 아니었는지 혼자 미소 짓는다. 비만 오면 쏘다니고 싶었던 그 시절 말이다.

 

 

[소나기]

 

화단 그늘에 들어 낮잠을 자던 고양이가 벌떡 일어나 비의 신발장에서 구두를 꺼내 신고 교실 난간으로 뛰어 오른다 쿵쿵 쿠구궁, 셔플 댄스를 춘다 애들아 잠깐, 나랑 같이 셔플 댄스 안 출래? 우리들은 책상 위로 올라가고 선생님은 교탁 위로 올라가 쿵쿵 쿠구궁 쿵쿵, 셔플 댄스를 춘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밤을 셀만큼 감수성이 넘치던 시절에 달달한 연애 감정을 부추겼던 하이틴 로맨스 소설들, 늘 손에서 떼질 못하고 무지 많이 읽었는데 이상하게도 하나도 기억나질 않는다. 사춘기 때의 순수한 감성이 인생에 나이테처럼 쌓여야 하는데 마치 옷을 벗고 새로 갈아입듯이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었나보다. 누구나 시인이 되지 못하는 덴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비록 사춘기의 감성을 잊은 지는 오래지만 우리가 그 시절을 되돌아 볼 가치는 있다. 우린 동시대에 그들과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경험 했듯이 올해부터는 고등학교 3학년이면 선거 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 진즉에 그들의 권리에 귀 기울여야했다. 어쩜 선거 시작 나이를 더 낮춰야할지도 모른다. 지난주 고3부터 단계적 등교 개학을 시작하자 이태원이나 홍대 등 클럽을 갔던 학생이 확진 되는 바람에 인천을 비롯해 안산 등 몇 개 학교는 등교 하자마자 다시 귀가 했다고 한다. 사춘기에서 청춘으로 너무 빨리 옮겨 탔구나싶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세상이 우리 아이들의 사춘기를 전보다도 더 빨리 성숙하게 한 것인지 원래 그랬는데 대한민국이 고도 성장기를 겪으며 청소년들이 빨리 청년이 되지 못하게 공부라는 굴레를 씌워 수십 년을 묶어 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봤다. 아무래도 후자 같다. 이 도령과 성춘향의 나이를 들먹거릴 필요도 없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1907년 생이셨던 외할머니는 3.1만세 운동을 직접 보고 겪은 분으로서 그 때 얘기를 옛날 애기하듯 들려주셨다. 내가 초등학생이 될 즈음이었는데 흰 천을 슈퍼맨 망토처럼 어깨에 쓰고 앉으면 할머니가 참빗으로 박박 머리를 빗겨주셨고 가끔은 흰 천위로 머릿니가 떨어지기도 했다. 그걸 손톱으로 꾹 눌러 죽였다. 지금은 상상 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머릿니가 흔했던 때였다. 그 이야기 속에 생생하게 기억나는 게 할머니는 열아홉 살에 시집을 가서 노처녀였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분명히 스무 살 되기 전에 처녀 총각 대부분이 시집장가를 가던 때가 있었다.

 

오늘부터 중학교는 3학년부터 등교 개학을 시작했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기까지 아마도 1학기 동안은 한 학년씩 3주마다 순환 등교 할 듯싶다. 이렇게라도 등교함으로서 학교가 교육 터이면서 삶터이며 놀이터임을 자각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공교육이 바로서야 사회 불평등이 줄어든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등교 개학을 못했던 긴 시간동안 학원비 지출만큼은 줄일 수 없었다는 학부모의 입장을 개인적인 선택만으로 치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서 코로나19와 대적할 백신이 개발되길 두 손 모아 기원해 본다. 지금도 한 숨자는 것조차 아껴가며 백신과 신약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범의료계와 바이러스 관련 과학자들을 마음으로 응원한다. 포스텍 생명과학연구소에서 학업과 연구를 병행하고 있는 울집 큰 아들도 그 일원으로서 밤낮없이 실험실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다. 성과가 있든 없든 모든 실험 데이터는 오픈 소스로 학계에 보고하고 있기에 바이러스 전반의 정보 구축에 일개미처럼 지내고 있다.

 

사춘기 감성을 고스란히 담은 청소년 시집 <난 빨강><사과가 필요해>를 쓴 작가 박성우는 청소년시를 개척 했다는 평을 듣는다. 신동엽문학상, 윤동주 젊은 작가상 등을 받았다. 한때 대학교수이기도 했던 그는 더 좋은 시인으로 살기 위해 홀연 사직서를 내고 지금은 애써 심심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 참 행복한 사람 같다. 언젠가 나도 애써 심심하게살고 싶다. 참 부러운 프로필이다.

 

 

 

 

 

 

 

 

 

 

 

 

 

 

글: 김은희 / 화원중학교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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