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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바다 성산포 / 이생진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0-08-14 오후 7:17:36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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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바다 성산포 / 이생진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그리운 바다 성산포

                                        이생진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순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

 

(후략)

 

-----------------------------------------------------------------------------

 

 

원시인님,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긴 바다가 취한다라는 이생진 시인의 시 그리운 성산포가 그리워지는 저녁입니다. 어느 시인은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고 잠언처럼 말했지만, 인간은 외로움과 그리움, 그리고 고독을 속성으로 지닌 존재인가 봅니다.

 

시의 화자는 방파제에 앉아 고독과 함께 술을 마시지만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고 토로합니다. 그렇습니다. 삶은 언제나 주체인 내가 내 안의 주체인 나 앞에서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는 나 이전에 먼저 나의 속성이므로 내가 감당할 자가 아닌 것이죠. 그 주체인 가 없다면 나 역시 없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파도가 흔들어도 물을 베고 자는 섬처럼 시의 화자는 골아 떨어져 아무리 흔들어도 깨어나지 않는 시간 속으로 잠들고 싶어 합니다. 한 달만 그렇게 산다면 이 그리움과 이 괴로움과 이 고독에서 해방될 것 같은 착각을 바다에 풀어놓습니다.

 

원시인님, 이러한 인간의 마음을 품어주는 바다가 좋아 사람들은 바다를 찾겠지요.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바다는 슬픔을 삼킨다/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 이번 여름에는 그리운 성산포로 고독을 한 짐 지고 떠나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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