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뉴스 신간 소개, ‘간병일지’
“김종상 미수맞이 제11시집”
올해로 미수를 맞은 아동문학가 김종상 선생의 기념 시집이 대양미디어(서영애)에서 출간되었다.
한국아동문학협회 고문이며 한국문학상, 소월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등 많은 수상을 한 김종상 선생은 우리나라 아동문학계의 기둥이며 거목이다.
어린이 글쓰기의 교과서라 할 ‘김종상 글쓰기’ 시리즈를 비롯한 여러 권의 아동문학서, 시집 ‘어머니의 무명치마’를 비롯하여 팔순 기념 시가 있는 수필집 《한두실에서 복사골까지》 등 다양한 책을 발간한 김종상 선생의 이번 시집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은 책 제목 《간병일지》에서 알 수 있듯 아내의 병상을 지키는 남편의 일기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한 삶이 그러하듯이 노환 길로 접어둔 아내를 병원에 입원시키고 수술 과정을 겪으며, 퇴원 후 집안에서 지내게 될 환자를 위해 전동 침대와 이동 변기를 들이고, 문틀과 벽에 안전 손잡이를 달며 휠체어를 마련하는 모습에서 절절한 부부의 사랑이 느껴진다.

▲ 김종상 선생
시간이 켜켜이 쌓인 세월을 함께 동고동락한 이야기가 시어로 살아나 독자들의 마음을 아련하게 한다.
요즘을 이르는 말 중에 ‘노노시대’란 말이 있다.
노년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60대 자녀가 80대 부모를 돌본다든가, 70대 노인이 90대, 그 이상의 노인을 돌보아야 하는 상황을 표현한 말이다.
김종상 선생의 ‘간병일지’는 80대 남편이 80대 아내를 돌보면서, 겪게 된 생생한 경험을 가감 없이 풀어 놓은 시대적 기록이다.
곱고 아름답기만 했던 아내가 점점 쇠약해져 가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하는 남편의 심정이 오죽하겠는가! 나이 들면서 오는 신체의 변화야 자연의 섭리라 여겨 그러려니 하겠지만, 병세로 거동이 점점 불편해지는 배우자를 몸소 돌보면서 갖게 되는 안쓰러움과 측은한 감정의 흐름은 독자의 마음에까지 깊숙이 스며 들어온다.
“아내에게서 반세기 전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린다” “아내가 자리에 누운 모습을 보니, 어머니를 재생해 보는 것만 같았다”
가슴 절절한 사모곡이 애달픈 사부인곡이 되었으며, 아내를 어머니의 환생으로 여겨 극진한 마음으로 아내의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을 ‘간병일지’에 담았다.
병원에 있는 아내를 볼 수 있을까 하여 찾아갔다가 면회도 못 하고 돌아서는 ‘번연히 알면서도’에서는 왠지 자꾸 뒤돌아보고 있는 선생의 모습이 연상되어 아쉬움과 외로움이 느껴진다.
번연히 알면서도 / 김종상
병원에 갔다가 그냥 돌아섰다
면회가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행여나 하고 찾아갔던 것이다
집으로 오니 빈집이 너무 적막해
옷걸이에 걸린 아내 옷만 봐도
가슴이 울렁거리며 목이 멘다
“여보 뭘 해. 나 여기 있어.”
아내가 뒤따라 온 것만 같아
번연히 알면서도 뒤돌아본다.
병상에서 뒤척이다 침대에서 떨어진 아내를 보고는 얼마나 놀랐을까? ‘내게 방해될까 봐’에는 잠결에도 서로를 생각하며 나누는 부부의 사랑이 담겨 애틋함이 전해진다.
내게 방해될까 봐 / 김종상
잠결에 무슨 소리가 나서
놀라 깨어 아내를 돌아보니
전동침대에서 떨어져 있었다
“일어나려면 말을 해야지.”
일으키며 버럭 화를 냈더니
자는데 깨우기가 미안했단다
왼쪽 팔다리에 마비가 와서
몸을 움직이기가 어렵고
허리가 아파 못 견디면서도
잠든 나에게 방해가 될까 봐
신음소리를 애써 감추었다.
노년의 남편은 오늘도 아내의 병상을 지키고 있다. 현재 진행형인 김종상 선생의 ‘간병일지’가 좀 덜 고단하기를 기원한다.
강서뉴스 류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