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국악한마당 어절씨구’ 개최
“우리 춤, 우리 소리, 우리 가락”흥겹게 펼쳐
가을이 마지막 남은 단풍잎을 떨구며 저물어 가는 11월의 마지막 금요일, 강서구민회관은 흥겨운 우리 가락으로 가득했다.
울긋불긋 단풍보다 더 화려한 한복으로 곱게 차려입은 ‘강서국악협회’회원들이 공연을 앞둔 설렘과 긴장을 나누며 관객을 맞이하였다.

▲ 사회: 전은령 명창
사회를 맡은 전은령 명창이 ‘국악 한마당 어절씨구’의 시작을 알리자, 잔뜩 준비하고 기다리던 농악대가 문 너머로 우렁찬 존재감을 뽐내며 등장하였다.
“따단따단 딴따다단 문 열고 들어갑니다~”
‘강서풍물단’이 사물놀이 굿판을 벌이며 기대에 찬 흥을 단숨에 올려놓았다.

▲ 강서풍물단
강서문화원이 주최하고, 강서구와 강서구의회가 후원하는 강서국악협회의 한마당 축제는 시작되었다.

▲ 강서국악협회 김광수 회장
김광수 국악협회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1995년 설립된 강서국악협회는 올해 창립 27주년을 맞았습니다. 구민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으로 제23회 공연을 하게 된 오늘은 특히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간 코로나로 인해 3년이라는 긴 시간 공연다운 공연을 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공연입니다. 오늘 공연은 국악, 가락, 춤 모두 어울려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신명 나는 공연이 될 것입니다. 국악협회 회원들이 최선을 다해 준비한 공연에 응원의 박수 크게 쳐 주시고 즐겨주시기 바랍니다”라며 객석을 메운 관객에게 감사를 전했다.

▲ 김민희 예술단
가야금 연주에 맞춰 노래를 하는 가야금 병창을 준비한 ‘김민희예술단’ 단원들은 “뒷동산 살구나 꽃은 가지가지 봄빛이요 꽃 피고 뻐꾹새 우는 보리밭 머리엔 풍년일세 어럴럴 럴럴 상사디요 어럴럴 럴럴 상사디요~”
꽃 피고 뻐꾹새 우는 태평성대를 그리며,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발병이 난다~”라고는 하면서도 ‘제발 내 님이 가지 말기’를 바라는 속마음을 수줍게 내비치는 가사가 귀에 쏙쏙 들어오는 아리랑을 노래하였다. 단원 중에 앳된 소년도 있어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국악의 현 모습을 보여주는 듯했다.
다음 공연을 준비하는 동안 사회자는 공연을 더욱 재미지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얼씨구!”
“좋다!”
국악 공연에서 관객이 할 수 있는 추임새로, 주변 눈치를 보거나, 공연에 방해될까 망설일 필요 없이, 듣기 좋고 흥이 날 때는 언제든지 추임새를 넣다 보면 관객과 공연자가 혼연일체 됨을 느낄 수 있다고 하였다.
“얼씨구! 좋다!”

▲ 이은주 무용단
‘이은주무용단’은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인 이매방류 승무를 공연하였다.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로 표현되던 승무는 국악 춤사위 중 절제미가 돋보인다. 장엄하면서도 고요하고 신비로운 음악과 몸짓의 어울림에 역동적이고 힘찬 북소리가 함께하니 장엄함이 느껴졌다.

▲ 음악사랑 예술단
국악 공연에 현대미를 접목한 ‘음악사랑예술단’은 산문의 글을 읊는 송서와 시를 읊는 율창을 선보였다. 반짝이가 찬란한 화려한 의상으로 관중의 시선을 단번에 끌어 모으고, 우렁찬 음성으로 아리아리 고개를 넘어가는 아리랑 쓰리랑을 불렀다. 힘찬 장구 장단으로 국악적 요소를 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강한 음악으로 대중을 휘어잡아 가다가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라”며 끝내는 감성을 잡고 호소하여 즐거움을 주었다.
국악에 판소리가 빠질 수는 없다.

▲ 박안순 소리예술단
판소리는 열두 마당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현재는 다섯 마당만 전해져 온다고 한다.
서민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다 보니, 내용이 저속하거나 너무 현실성이 없는 주제는 사라지고 충, 효, 의, 정절을 담은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적벽가, 흥보가 다섯 마당만 무형문화재로 보호받고 있다.
‘박안순소리예술단’단원들은 ‘호남가’‘갈까보다’‘사랑가’를 함께 소리꾼이 되고, 함께 고수가 되어 판소리로 표현하였다.

▲ 임성준과 김하림
태평소와 피리를 부는 임성준과 피아노 치는 김하림 두 학생의 합동 연주는 새로운 형태이면서도 이질감 없이 편안하게 귀와 눈을 적시며 스며들었다.
젊은 연주자들의 공연을 보면서 다소 연령대가 높은 연주자들과 잘 어울리는 모습이 우리 국악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 흐뭇하였다. 관객들은 젊어진 국악 공연을 반기며 두 젊은이의 공연에 무한 박수를 보냈다. 작자 미상의 창작곡 ‘천의 바람이 되어’를 피리와 태평소, 번갈아 들려준 연주자는 어머니의 대를 이은 국악 2세로 미래를 기대하게 하였고, 국악을 받쳐주는 잔잔한 피아노 연주에도 뜻깊은 감동이 밀려왔다.
초등학교 시절을 거슬러 가보면 양악기들 틈에서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는 국악기가 있었다. 바로 소고다. 손에 들고 이쪽저쪽 돌리며 장단을 맞추다 보면 저절로 흥이 나던 작은 북.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하나쯤 있을 소고는 그래서 더 친근하다.
소고춤은 풍물놀이에 속하였다가 소고만 따로 나온 춤으로 굿거리 자진모리 장단의 명쾌하면서도 절도 있는 음악이 바탕이 된다.

▲ 은하 예술단
‘은하예술단’의 소고춤 가락에 절로 흥이 난다. 몸이 늙었지 마음이 늙었겠는가 공연 내내 들썩들썩 어깨춤이 절로 났다.
어느덧 공연은 끝을 알리고 있다.

▲ 누림국악전통예술단
‘누림국악전통예술단’은 마지막 공연으로 경기민요를 준비하였다.
“남문을 열고 파루를 치니 계명산천이 밝아온다~”
“에헤야 어허야 얼널널거리고 방아로다~”
TV에서나 듣고 보던 전통 민요의 가락이 울려 퍼지며 사뿐사뿐 춤사위가 무대를 채웠다.
노랫가락 사이로 살짝살짝 ‘대한민국 파이팅!’이 흘러나온 것은 우리의 염원을 담은 뜻이리라.
화려하고 멋진 공연이 모두 끝났다.
공연에 참여한 출연자 모두를 무대로 부른 김광수 국악협회 회장은 “여러분, 왕비마마가 된 기분을 느껴 보셨습니까? 여러분 왕이 된 기분을 느껴 보셨습니까? 정성껏 준비한 ‘2022 어절씨구’ 공연은 여러분을 왕과 왕비마마로 만들어 드렸으리라 생각합니다. 12월 3일(토) 오후 3시, 강서문화원에서 ‘풍류2’ 공연이 있습니다. 오늘의 즐거움을 한 번 더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라며, 오늘과 같은 국악 공연이 한 번 더 있음을 알렸다.
무대 위의 출연자들은 모두 함께 객석을 향해 큰 인사를 드리고 기념 촬영을 하며, 무사히 공연을 끝낸 벅찬 감정을 나눴다.
강서뉴스 류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