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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기고] ‘철수냐 잔류냐’

“그날 밤, 속초 산불이 가르쳐준 현장의 답”

기사입력 2026-05-10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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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기고] ‘철수냐 잔류냐

그날 밤, 속초 산불이 가르쳐준 현장의 답

 

 

필자는 201931일 화원중학교 교장으로 부임한 지 딱 한 달 만에, 생애 가장 길고도 긴박한 밤을 보냈다.


 



 

4월의 싱그러움 속에 강원도 속초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3학년 아이들이 대형 산불이라는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그날 오후, 현장 점검을 마치고 상경하던 지하철 안에서 받은 속초에 불이 났다라는 문자 한 통은 평온했던 일상을 단숨에 흔들어 놓았다. 당시 20시 무렵에는 인터넷에 속초 산불 정보가 충분하지 않았으나, 현지에 남은 3학년 부장 선생님과의 긴급 통화로 상황의 심각성을 직감했다. 속초 일대가 거대한 화마에 휩싸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결정의 순간, 기준은 오직 학생이었다.

 

현장의 선생님들은 즉시 철수하기를 원했지만, 여행사 측은 안전한 숙소로 이동했으니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다. 필자로서도 현장 상황을 완벽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결단을 내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때 머릿속을 스친 것은 지난날 우리 사회가 겪어야 했던 뼈아픈 세월호 참사의 교훈이었다.

 

필자는 경제적 손실을 우려하는 여행사 대표를 끈질기게 설득했다. “인명 사고가 발생하면 아이들은 물론 여행사도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습니다.” 결국 여행사도 수학여행비 환불과 즉시 철수에 동의했고, 학교는 전원 철수라는 결단을 내렸다.

 

공동체의 협력이 일궈낸 무사 귀환

 

비상 상황은 학교 공동체의 유기적인 협업 시스템으로 이어졌다. 교직원과 학부모 단톡방을 통해 실시간 이동 경로와 상황이 공유되었다. 불안해할 학부모들을 안심시킨 것은 투명한 정보 공유였다. 새벽 1, 강서경찰서 순찰차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도착하는 버스들을 보았을 때의 안도감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감동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새벽 시간이라 부모님과 연락이 닿지 않은 10여 명의 학생을 위해 선생님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집 앞까지 안전하게 귀가 지도를 마쳤다. 시곗바늘이 새벽 3시를 가리켜서야 긴박했던 수학여행 대작전은 마침표를 찍었다.

 

현장에 답이 있고, 안전에는 타협이 없다

 

다음 날 아침, TV 뉴스에서는 국가재난사태선포 소식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다음날 귀가하던 다른 중학교 수학여행 버스가 시뻘건 불길에 휩싸인 장면을 보며, 전날 밤의 결단이 탁월한 선택이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 사건은 필자에게 두 가지 큰 교훈을 남겼다.

 

첫째, 위기 상황에서 리더의 결정 기준은 오로지 안전이어야 한다는 것.

둘째,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진리다.

 

현장에서 발 빠르게 대응해 준 선생님들,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준 강서경찰서(서장 윤 소식), 그리고 학교의 결정을 믿고 한 건의 민원 없이 기다려 준 학부모님들까지. 모두가 각자의 현장에서 최선을 다했기에 가능한 기적이었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가장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야 한다. 5년 전 그날 밤, 어둠을 뚫고 무사히 돌아온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지금도 내게 교육자의 사명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되묻고 있다.

 

 

손기서 전 강서양천교육장

강서뉴스 (shinnakhy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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